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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페드, 풀먹소 등의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그럼 당신은 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는 원래 풀을 먹고 자라는 동물입니다. 소가 목초지, 즉 풀밭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자란 후 도축되어 소고기가 되거나 혹은 그렇게 자란 젖소가 생산한 우유에 그래스페드 사육방식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영양적으로도 환경적으로 좋은 그래스페드 지만 사실 그렇게 쉬운 방법은 아닙니다.

 

 

 

그래스페드의 의미

그래스페드(Grass-fed) 사육방식은 목초지에서 풀을 뜯으며 자유롭게 키우는 사육방식을 뜻하는데, 보통 인공적인 곡물사료 대신 풀사료 혹은 자연상태의 풀을 뜯으며 자랍니다. 소는 원래 다 그렇게 키우는 거 아니냐고요? 네, 최소한 축산업에서는 아닙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소는 원래 풀을 먹고사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축산업에서의 소는 풀보다는 곡물을 주로 먹고 자랍니다.

왜 그러냐고요? 곡물을 먹여야 빨리 크게 키울 수 있으니까요.

 

사람도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채소를 덜 먹으면 살이 잘 찌듯이, 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콩, 옥수수 등의 곡물사료는 소를 금방 살찌게 만듭니다. 성장도 빠르죠. 곡물이 가지고 있는 오메가 6 지방산이 기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세포가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는 거죠. 

곡물사료 위주로 키워진 대부분의 소들은 오메가 6 위주의 식단을 통해 그 자신도 오메가 6 위주로 세포가 이뤄집니다. 소가 생산하는 우유는 물론 도축 이후의 소고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다.'라는 말은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래스페드의 영양 차이

오메가 3와 오메가 6 지방산은 모두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지방산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 섭취에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사실 건강한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섭취비율은 1:4 정도라고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비율이죠.

하지만 우리가 먹는 일반적인 서구화된 식단은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비율이 1:16 정도라고 하니 갈 길이 멉니다. 이런 비율이 만들어진 데에는 오메가 6의 과잉섭취라는 원인이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품은 오메가 6 지방산이 과합니다.

오메가 3은 영양제로 섭취해도 오메가 6은 영양제로 섭취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메가 6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서 많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오메가 6가 제일 많이 들어있는 음식으로는 옥수수, 콩, 해바라기씨, 포도씨 등으로 만든 식용유, 참기름 등입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에 들어가죠. (튀김부터 볶음까지 모두모두) 거기에 더해 콩과 옥수수를 주재료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축산물 또한 오메가 6 지방산의 함유율이 매우 높죠. 최근 그래스페드가 동물복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목초지에서의 자연방목과 풀사료를 주로 먹는 그래스페드 소들은 훨씬 지방함량이 낮고 비타민E와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다고 합니다. 물론 오메가 3 지방산의 비율도 높습니다. 곡물을 주로 먹지 않으니까요.

실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래스페드 사육방식으로 생산된 소고기는 곡물사육 소고기에 비해 공액리놀레산(CLA)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항산화 효과가 높은 유익한 지방산으로 심장병과 제2형 당뇨, 대장암, 유방암 등의 발병위험성을 낮춰준다고 합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그래스페드 사육방법을 통해 키워진 소와 일반 곡물사료를 먹고 큰 소의 소고기를 비교분석한 결과 그래스페드 소고기의 오메가 3와 오메가 6 지방산 비율이 이상적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유행했던 건강을 위한 방탄커피도 그래스페드 버터를 사용해 만든 것이죠. 그만큼 건강한 영양비율의 식품이 그래스페드 사육방법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입니다. 고기를 비롯한 축산물이 오메가 6가 많은 것이 아니라, 곡물사료만을 먹고 자란 축산물이 오메가 6의 과잉섭취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스페드가 국내에는 없나?

 

이렇게 몸에 좋은 그래스페드 소고기와 우유가 왜 국내에는 없을까요? 그래도 호주나 미국 등 땅이 큰 나라에서는 그래스페드 버터나 소고기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문제는 대한민국은 토지면적이 좁은 나라이기 때문에 소들이 방목될 땅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물론 그것뿐 아니라 가분법이라고 불리는 가축분뇨에 관한 법률로 인해 방목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건 좀 나중에 깊이 들어가 보도록 하죠.) 소들의 방목은커녕 풀사료를 재배할 면적도 충분치 않을 정도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국내 소고기 등급제 또한 우리가 마블링이라고 부르는 높은 지방함량이 주요 등급기준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함량이 높을수록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풀을 먹고, 방목을 통해 많이 움직인 소들은 당연하게도 지방 함량이 낮고, 그 얘기는 등급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돈이 될 수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그래스페드를 시도하는 농장이 있습니다. 최근 한겨레, TBS 등 다양한 방송사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정읍의 다움목장입니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과 방목생태축산 지정농장이기도 한 이 농장은 국립축산과학원과의 협업을 통해 그래스패드 한우를 키운다고 합니다. 유기농방목마켓이라는 곳에서만 이 그래스페드 한우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앞에서도 잠시 얘기했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곧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먹는 식재료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죠.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억지로 생산된 음식을 먹느니, 건강한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눈여겨보지 않는 과정들에 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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