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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한 번쯤 키워본 병아리. 그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 21일. 우리가 오늘 초복에 먹는 닭은 그 병아리에서 딱 한 달 큰 어른병아리다. 보통 일반적인 달걀을 21일 동안 37.5도의 온도를 유지해 주면 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는데, 밀집된 공간에서 키우다 보니 좁은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잦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병아리 때 부리를 자른다. 물론 진통제는 없다. 

 

 

닭고기와 달걀, 산란계육계

보통 축산에서의 닭은 두가지다. 닭고기를 위한 육계, 달걀을 낳기 위한 산란계가 있다. 산란계는 그나마 2~3년 정도를 키우면서 달걀을 낳게 되지만, 육계는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30일 전후를 키워 바로 도계장으로 옮겨지고 죽는다. 몸무게 1.5kg의 닭의 모습을 갖추게 된 직후 우리가 먹는 닭고기가 되는 것이다.(실제로 보면 다 안 큰 닭인 게 보인다. 닭은 보통 8~10년은 살 수 있다.) 도계공정은 우리가 생각할 때 잔인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과정이겠지만, 사실 죽고 난 이후기도 하고 이 과정을 문자로 옮기면 더 잔인하게 느껴질 것 같아 생략한다.

 

물론 일반적인 육계나 산란계 모두 우리가 공장식 축산이라고 불리는 밀식사육 환경에서 자란다.

 

한 달이면 치킨이 되는 육계, 갇혀서 알만 낳는 산란계

육계는 보통 한 파스라고 불려지는 한 사이클을 키워내는데 한 달 남짓이면 되기 때문에 사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과 같은 인증이 별로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무항생제 축산물이 모두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축종적으로 볼 때 한 달을 키워내는 육계의 특성 상 굳이 항생제를 맞춰가면서 키우지 않는다는 의미다. 닭 한 마리가 그렇게 비싸지도 않거니와(병아리 한 마리 300원) 아픈 닭을 골라내는 것도 어렵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비롯한 다양한 축산인증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니 나중으로 미룬다.) 

 

산란계의 경우에는 2~3년 정도 키운다고 했는데, 보통 우리가 케이지 사육이라고 부르는 철제우리에서 갇혀 지낸다. 물론 관리가 편해서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 일부는 동물들의 경우 무리생활을 하면서 서열이 정해지면 물이나 먹이 등을 잘 못 먹거나 하는 닭들이 생기고 이를 보살피는 의미에서 케이지 사육이 더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뇌구조가 신기하다.)

 

축산업에서 와구모라고 불리는 일종의 이가 닭에게 잘 생긴다. 우리가 비둘기가 머리 위로 날아가면 기분 나빠하며 피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모든 조류는 이가 잘 생긴다. 문제는 이런 이를 해를 쬐고, 모래에 비비는 등의 활동으로 떨어내야 하는데, 케이지 사육의 경우에는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런 이유로 몇 년 전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진 것이다. 살충제라는 건 사실 우리가 농약으로 부르면서 식물에 쓰는 것이 보통인데, 그걸 닭들에게, 혹은 닭장에 뿌리면서 계란에도 검출이 되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힌 것도 닭 사육농가들이었는데,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많은 계란 농가와 인증기관들이 참 많이 맞았다. 늘 문제가 발생하면 진짜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책임 추궁을 할 대상을 찾는 게 인간인가 보다. (사실 살충제가 계란에서 검출된 양은 우리가 먹는 깻잎 등의 엽채류에서 나오는 양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인 양이었는데, 워딩이 무섭지 않나. 살충제 계란.)

 

다시 산란계 얘기로 돌아와서 보통 닭 한 마리가 낳는 달걀의 개수는 300~370알 정도라고 하는데, 이런 산란율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쓰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닭을 24시간 빛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인공광에 계속 노출시켜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면 닭의 산란율이 매우 늘어난다. (전쟁통에 애가 많이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생식에 대한 본능이 늘어나나보다. 생명의 신비.)

 

 

 

그나마 상식적인 환경에서 키우는 동물복지유기축산 인증

일반인들이 생각치도 못할 다양한 방법으로 닭을 키우고 달걀을 생산해 내는데, 이러한 방법들이 꺼려지고 동물들도 적절한 환경, 상식적인 환경에서 자라났으면 하는 사람들이 키우는 방법들이 동물복지나, 유기축산 등과 같은 인증제품이다. (물론 인증을 받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닭을 키우는 곳들도 꽤 있지만 그나마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인증이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국가(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인증을 하는데, 산란계는 2012년, 육계는 2014년부터 도입됐다. 전국에 전 축종 기준 436개 농장이 있는데, 그중 산란계가 231개 농장으로 절반 이상이다. 육계는 148개 농장이 있다.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닭이 과반수가 훨씬 넘는다. 넓은 곳에서 키우는 대신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여 받을 수 있는 축종이기 때문이다. 소는 동물복지를 고려하여 자유롭게 키우면 등급이 떨어지면서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 농장은 크게 늘어나는 대신 도계장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지적할 만한 부분이지만, 그 얘기를 하면 길어지니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일단 중요한 점은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받은 닭고기나 계란의 경우에는 그나마 상식적인 환경에서 자란 닭이라는 점이다. 일단 케이지에서 가둬서는 안 키운다.

 

 

유기축산물 인증

유기축산물 인증제는 친환경축산물 인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살충제 파동 이후 정부에서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축산법으로 이관시키면서 얼결에 유일한 친환경축산물 인증이 됐다.) 일단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유기농으로 키워진 사료만 먹었다는 뜻이고,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거의 대부분이 난각기호의 사육환경 번호 1번의 방사인데, 간혹 농장의 위치 상 방사가 어려울 경우(닭은 들개와 족제비 등의 주요 먹잇감이 된다)에는 평사로 계사 안에서 키우되, 방사 운동장에 해당하는 면적을 확보하여 자유롭게 키운다. 여기서 방사는 운동장이 있다는 의미고, 평사는 넓은 계사 바닥에서 키운다는 의미다. (방사와 평사가 아니면 뭘까? 케이지다. 여기서 케이지는 시골 닭장 같은 게 아니다. 뜬장에 가깝다.)

 

물론 이 두 인증만 이런 환경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이런 인증을 받지 않고도 자유롭게 키우는 농장이 있을 것이다. 토종닭이나 백봉오골계 등의 경우에는 대부분 자유롭게 크는 편이다. 사육기간도 훨씬 길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상황에서 키우는 농장이 아니라면 그나마 소비자들이 괜찮은 환경에서 자란 닭을 확인하는 방법은 저 두 인증 정도다. 

우린 굉장히 고기와 계란을 많이 먹는다. 사실 이렇게까지 많이 먹지는 않아도 된다. 먹는 양을 조금 줄이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축산물을 먹는 게 더 몸에 좋을 수 있다. 우리의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버린 사육환경에서 자란 축산물을 단백질 섭취를 위해 많이 먹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근육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근육을 얻은 우리는 뭐 얼마나 건강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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